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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장사고수와 만나는 곳, 창톡 노승욱 대표입니다.
오늘 창톡뉴스에서는 최근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백종원 방지법’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이 법안은 현재 국회에 발의되어 업계 전체의 관심을 받고 있으며, 그 취지 자체는 많은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그런데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법을 회피하거나 꼼수를 부릴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 또한 후발주자에게 더 가혹한 진입장벽을 만들어 오히려 더본코리아 같은 1위 대기업에 유리한, '백종원 독과점 조장법'이 될 수도 있어 우려되는 부분을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직영점 3개 운영, 예상매출산정서 매년 제공 의무화'가 골자
‘백종원 방지법’의 주요 내용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가맹점 수가 100개 이상인 대기업 프랜차이즈 본부는 최소 3개 이상의 직영점을 운영해야 한다.
둘째, 창업 초기에 1회 가맹점주에게 제공하는 예상 매출액 산정서를 매년 제공해야 한다.
이 법이 왜 ‘백종원 방지법’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요?
그 이유는 더본코리아라는 기업이 3,000개가 넘는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영점은 30개도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즉, 전체 점포 수 대비 직영점의 비율이 1%도 채 되지 않는 구조인 거죠. 이에 "브랜드를 만들었으면, 먼저 본사가 직접 운영해보고 브랜드의 장단점과 문제점을 파악한 다음 가맹점으로 확대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문제 인식에서 '백종원 방지법'이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저 역시 예전부터 이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왔는데요.
7년 전 쓴 기사에서 "네네치킨, 이디야, 더본코리아, 맘스터치 등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본부들이 직영점 비중이 극도로 낮거나, 아예 없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취재수첩] 직영점 없이 직상장 도전 이디야와 더본코리아 (기사 링크)
입법 취지는 공감하지만, 회피 수단은 여전하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의문이 하나 생깁니다.
“정말 이 법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까?”
현장에서 보면 그 동안 업계는 수많은 규제를 우회하거나 회피하는 방식을 개발해 왔습니다.
예컨대, 직영점을 1개 이상, 1년 이상 운영해야 가맹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한 이른 바 ‘원플러스원(1+1)' 법의 경우, 실제로는 기존 사업자를 인수해서 1년이 안 된 신규 브랜드라도 마치 요건을 갖춘 것처럼 사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또 다른 회피 방식으로는, 실질은 가맹점인데도 무늬만 직영점으로 위장해 등록하는 ‘이중계약’ 구조가 있습니다.
이 방식은 이미 백화점, 대형마트, 복합쇼핑몰 등에서 흔히 사용되는 수법이기도 합니다.
본사는 쇼핑몰과는 직영 계약을 체결해놓고, 실제 매장은 가맹점주가 '위탁 운영' 명목으로 실제 투자와 운영을 맡게 만드는 구조죠.
이런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법안을 만든다면, 결국 유명무실한 규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대기업도 체급 차이 있어.. 중견 프랜차이즈에 진입장벽 될 수도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바로 이겁니다.
이 법안이 실질적으로는 중견 프랜차이즈에겐 ‘장벽’이 되지만, 더본코리아 같은 초대형 기업에겐 오히려 경쟁자에게 진입장벽을 만드는 ‘유리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더본코리아의 연매출은 4,600억 원입니다. 직영점 3개, 아니 30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체급입니다.
반면, 연매출 400억 정도 되는 기업은 3개의 직영점을 운영하기 위해 적어도 십수억 원의 자금을 따로 마련해야 하고, 이게 본사 수익의 절반 이상을 투입해야 가능한 수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즉, 직영점 요건이 ‘체급이 작은 대기업에는 진입장벽, 더본코리아 같은 1등 대기업에는 독과점 지원 효과를 불러오는 부작용이 우려되는 겁니다.
비근한 예로 예전의 ‘단통법’ 사례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
당시 단말기 보조금에 대한 규제가 도입되면서 팬택, LG전자 같은 중소·중견 브랜드는 '보조금 영업'이라는 마케팅 수단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어 휴대폰 사업에서 철수했고, 결국 삼성의 독과점이 강화됐습니다. 새로운 규제가 중하위권의 사업자에게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해 1등 사업자의 독과점을 조장한 꼴이 된 겁니다.
신규 브랜드 대신 기존 브랜드로 가맹점 모집하는 '잡탕' 나올라
직영점 3개를 새로 투자하기를 꺼려 하는 프랜차이즈가 신규 브랜드를 만들지 않고, 기존 브랜드 안에 새로운 콘셉트를 추가하는 방식이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본죽’ 브랜드 안에 ‘본죽&비빔밥’을 추가적으로 출시하면서 직영점 요건을 회피하는 거죠.
이럴 경우, 브랜드 정체성이 모호해지고, 정보공개서에 나오는 매출 정보 역시 왜곡될 수 있습니다.
점포당 매출이 ‘본죽’ 기준인지, ‘본죽&비빔밥’ 기준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혼란은 결국 가맹점주들에게 피해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2020년부터 직영점 통계 비공개 전환.. 직영점 실태조사부터 해야
더 큰 문제는 정부 통계의 석연찮은 비공개입니다.
2020년을 기점으로 공정거래조정원 홈페이지에선 직영점 관련 통계가 사라졌습니다.
국내 프랜차이즈 직영점 수는 그 전까지는 꾸준히 증가하다가 2019년에 감소로 전환되었고, 바로 다음 해에 통계 자체가 사라졌습니다.
왜 하필 직영점 통계만 사라졌을까요? 정말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직영점 확대가 중요하다면, 지금 당장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실제로 직영점을 얼마나 운영하고 있는지 실태 조사 및 통계 발표부터 제대로 이뤄져야 합니다.
공정거래조정원의 가맹정보시스템 화면. 2012~2019년에는 홈페이지에 공개됐던 프랜차이즈 직영점 통계(위)가 2020년부터 비공개로 전환돼(아래)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예상매출 매년 산정, 정말 현실적인가?
법안의 두 번째 내용인 ‘예상 매출의 매년 재산정 의무화’ 역시 현실적인 측면에서 많은 의문이 듭니다.
가령 치킨집을 창업한다고 해봅시다.
예전에는 근처 치킨집 몇 개 있는지 보고 예상 매출을 산정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편의점, 피자집, 샵인샵, HMR... 치킨을 파는 곳이 너무 많고, 경쟁의 양상이 복잡해졌습니다.
게다가 이웃 점포가 한 달 뒤에 새로 생기거나, 갑자기 문을 닫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처럼 변수가 너무 많은 시장에서 ‘예상 매출’을 매년 정확하게 산정하라는 것은 현실과는 거리가 먼 요구일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생각해볼 게 있습니다.
과연 본사가 “내년에는 올해보다 매출이 더 떨어질 것 같습니다”라고 점주에게 보고할 수 있을까요?
그럼 가맹점주한테 폐업하라고 내모는 거나 마찬가지일텐데요.
신규 창업 유치와 가맹점 유지를 위해서라도 오히려 조금이라도 더 낙관적인 수치를 보여주려고 하지 않을까요? 어차피 '예상 매출'은 단순 예상치였고, 결과가 나쁘면 "점주가 운영을 잘못해서다"라고 핑계를 댈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부풀려진 예상 매출 산정서를 새롭게 받아본 점주가 잘못된 기대 속에 마케팅을 더 하거나, 점포를 확장하다가 과잉 투자로 오히려 더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면 그 본질적인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요? 예상 매출을 잘못 산정했거나 부풀린 본사만의 탓일까요, 아니면 가맹 본사들이 그렇게 행동하도록 조장하는 비현실적인 법을 만든 국회도일까요?
실효성 담보하려면 시행령으로라도 더 보완해야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10여년 전부터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과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는 기사를 써왔습니다.
제가 7년 전에 쓴 기사가 이제야 '백종원 방지법'으로 입법화 되는 움직임은 너무나도 반갑고 응원하는 마음입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구멍이 많은 입법으로는 규제 회피만 더 늘고, 결국 1위 기업만 더 유리한 구조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규제의 실효성, 현장의 현실성, 가맹점주의 피해 가능성까지 함께 고려한 세심한 입법이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법안, 통과가 되더라도 시행령을 통해 수정하거나 보완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구체적인 수정 및 보완 방법은 조만간 다시 제언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본 콘텐츠는 유튜브 '창톡_창업의정석' 영상을 요약해서 재구성한 것입니다. 보다 자세한 노하우가 궁금한 분들은 아래 영상을 참고하시거나 1:1 상담을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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