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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장사고수와 만나는 곳, 창톡 노승욱 대표입니다.
‘사업을 잘 하는 성격이 있을까?'.
경제지 기자로 12년 근무하며 수천명의 성공한 CEO를 인터뷰하면서 늘 궁금했던 질문입니다. 혹자는 초면에 먼저 술자리를 제안할 만큼 외향적인가 하면, 혹자는 ‘은둔형 CEO’라 불리울 만큼 내향적인 이들도 있었습니다. 이들이 말하는 성공비결도 판이했죠. 전자는 7전8기로 들이대는 영업과 처세의 달인, 후자는 트렌드나 데이터를 분석해 인사이트를 얻는 전략가에 가까웠습니다.
내향적인 저는 후자의 방식이 더 끌렸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외향적인 CEO의 성공비결을 따라할 자신이 없었다고 해야겠죠. 그렇다면 그의 성공방정식은 누구에게나 통용될 수 있는 절대적 항등식은 아닌 셈입니다.
그래서 조사했다. 스타트업 CEO와 장사고수 각 107명의 성격 유형(MBTI)을. 성공한 CEO의 성격 유형을 먼저 알고서 그의 성공비결을 참고한다면, 더욱 균형있게 노하우를 흡수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나아가 자신과 같은 성격 유형의 CEO를 찾아 롤모델로 삼아보는 것도 이번 조사 목적 중 하나입니다.
ENTJ, 장사 고수들의 대표 유형
요즘 많은 분들이 MBTI(성격유형) 검사 해보셨을 텐데요.
제가 조사한 장사고수 107명의 MBTI 결과는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장사, 창업, 경영에 뛰어난 분들은 과연 어떤 성향일까요?
가장 많이 나온 성격유형은 바로 ENTJ였습니다.
ENTJ는 외향성(Extraversion), 직관(Intuition), 사고(Thinking), 판단(Judging)의 성향을 가진 ‘통솔자형’입니다.
ENTJ는 16가지 MBTI 유형 중 하나이므로, 단순 확률로는 6.25% 비중만 차지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실제 우아한형제들이 배달의민족을 이용하는 일반 사장님 655명을 조사한 MBTI 유형 설문에서도, ENTJ는 47명(7.2%)으로, 확률적 기대값에 가까웠습니다. 평범한 자영업자와 달리, 적어도 투자를 유치해 사업을 키운 성장형 CEO 중에는 ENTJ 성향이 압도적으로 많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그럼 ENTJ와 정반대 성격 유형인 ISFP CEO는 얼마나 될까요?
역시 평범한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우아한형제들 설문에선 47명으로 ENTJ와 똑같이 7.2%를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스타트업 CEO 중에선 단 1명(0.9%), 장사고수 중에선 2명(1.8%) 뿐이었죠. 내향(Introversion), 감각(Sensing), 감정(Feeling), 인식(Perceiving)의 집합체인 ISFP는 적어도 성장형 CEO 중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성격 유형이었습니다.
ENTJ 추진력 강해 성과 내지만 ‘독불장군’ 경영이 毒 되기도
ENTJ 성격의 어떤 면이 이들을 성공한 사업가로 만드는 걸까요?
퓨전다이닝 등 10여개 음식점을 운영하는 유상 심퍼티쿠시 공동대표는 “상황에 대한 통제적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경영 활동을 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수정한다. 또한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직관적 판단이 중요한 순간들이 있는데 그때 (ENTJ 성향이어서) 과감한 결정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습니다.
온라인 쇼핑몰 3개를 운영중인 전강현 리원 대표는 “외향적인 성격 덕분에 사업을 하면서 손님 혹은 (거래처) 사장님들과 인간관계를 맺는데 큰 도움이 됐다. N(직관) 성향 덕분에 다양한 사업을 구상하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를 얻는 데 도움이 됐다”고 밝혔습니다.
“최적화에 미쳐 있어서 비용 절감을 굉장히 잘 한다. 인력 최적화를 위해 몇시간을 고민하고, 조금이라도 저렴한 업체를 찾기 위해 철저히 조사한다. 매장 하나를 오픈할 때 굉장히 많은 대안들을 비교하여 창업한다. 많이 비교하지만, 확신이 찼을 때는 주저없이 계약한다.”
음식점을 2개 운영하며 외식창업 아카데미를 운영중인 이재창 장사준비연구소 대표의 얘기입니다.
물론 ENTJ의 불도저 같은 성격이 직원들을 힘들게 한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너무 목표지향적이다 보니 업무 추진 과정에서 감정적 공감에 소홀하게 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업무에 있어서 너무 감정을 배제하려고 하는 성향 때문에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했던 적이 있다. 세상은 서로 이해하고 이해받고 사는 건데, 너무 냉정하다는 평가를 받고 정신을 차렸던 적이 있다. 아무래도 사업을 하다 보니 책임이라는 것에 너무 예민해져서 쫓기듯이 지냈었던 적이 있는 것 같다.”
전강현 리원 대표의 고백입니다.
“‘이걸 왜 못 하지?’라는 사고방식이 되려 직원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원인이 되어 곤란할 때가 있다”(김준헌 오사카에프앤비 대표), “혼자 속도 나갈 때가 있다”(이문경 헤비스테이크 대표), “독불장군적인 성향을 억제하려고 노럭중이다”(김봉제 유가네닭갈비 5개점 점주) 등 비슷한 답변이 많았습니다.
지나친 확신과 추진력이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공장 운영 초기 아이템이 어느 정도 반응을 보이자마자 ‘이건 된다’는 확신만으로 바로 확장에 들어갔던 적이 있다. 제품 라인을 계속 늘리고, 시설을 투자하고, 인력을 투입했는데 정작 내부 운영 시스템이나 자금 흐름 정리는 충분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직관은 맞았지만, 타이밍이 너무 빨랐고, 준비가 덜 된 팀원들과 현장 흐름이 버티지 못해서 손실이 컸다.”
디저트 제조⋅유통 사업을 하는 이은성 신바드 대표의 회고입니다.
유상 심퍼티쿠시 공동대표도 “현실보다 이상을 좇는 성향이 강하다 보니, 미래를 위한 투자가 과하게 집행돼 현재의 수익성을 갉아먹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ENTJ가 단점을 보완하는 방법으로는 ‘속도 조절’과 ‘다양성 존중’이 꼽힙니다.
이은성 신바드 대표는 “ENTJ는 ‘내가 옳아도, 타인은 준비가 안 됐을 수 있다’는 걸 놓치기 쉽다. 그 이후부터는 단순히 ‘옳은 방향’이 아니라, ‘모두가 움직일 수 있는 속도’로 가는 것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정수현 스페이스클라우드 대표는 “다른 사람들이 근거 있게 의견을 제시하지 않으면 잘 납득을 못해 갈등이 생기는 약점이 있었다.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 의견을 듣는 연습을 많이 하고 내부적으로 리뷰데이를 열어 아이디어와 제안을 많이 청취해서 보완 중이다”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ENTP·ENFP·ESTJ·ENFJ 순⋯“70점만 돼도 일단 실행”
ENTJ 다음으로는 ENTP·ENFP·ESTJ·ENFJ 순으로 많았습니다. ESTJ를 제외하면 모두 외향 직관(EN) 성향이 공통적으로 많았다는 게 눈에 띕니다.
구체적으로는 2위 ENTP(스타트업 CEO 18명, 장사고수 10명), 3위 ENFP(15명, 12명), 4위 ESTJ(9명, 8명), 5위 ENFJ(5명, 9명) 순이었습니다.
중기부가 강한 소상공인으로 선정한 정승호 더캡슐 대표, 편의점을 10여개 운영중인 강득수 LK컴퍼니 대표, 제주도에서 ‘고씨네천지국수’를 운영하는 김혁 기업가형소상공인협회장 등이 있습니다.
역시 외향 직관을 활용한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추진력이 성공 비결로 꼽힙니다.
“새로운 것을 탐색하고, 공상하는 성격 덕분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았다. ‘완성도가 100점 만점에 70점만 돼도 일단 해보고 판단한다’는 결정 덕에 빠르게 시제품을 만들고 검증할 수 있었다. 계획과 다르게 일이 흘러가더라도 그대로 받아들여, 계획을 수정하고, 그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해결책에 빠르게 착수한다.”
정승호 더캡슐 대표의 얘기입니다.
“남들과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실행하는 것을 중요시 한다. 메뉴도 남들과는 조금씩 다르게 한 부분들이 있다. 훈연 퍼포먼스가 있는 브런치 메뉴나, 한식 퓨전을 가미한 양식 메뉴 등이 대표 사례다. 요즘은 워낙에 다양한 메뉴가 많아졌지만 코로나 시기에는 이런 경쟁업체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자리 잡는데 큰 도움이 됐다.”
브런치 전문점 ‘포시즌키친’ 직가맹점을 10여개 운영하는 김태진 대표의 전언입니다.
ENTP의 단점으로는 ‘너무 즉흥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란 응답이 많았습니다.
“상황에 따라 계획형일 때도 있고 즉흥적일 때도 있어서, 장사 하나만 할 때는 괜찮았지만 지점이 여러 개로 늘어 사업이 되면서는 대표가 즉흥적인 업무 진행을 할 때 직원들이 피로도를 많이 느꼈했던 것 같다. 예를 들어 메뉴 개편을 할 때 어떤 콘셉트로 어떻게 할지 계획을 잡고 해야 하는데, 외국 트렌드를 보다가 꽂히면 빠르게 진행을 하다보니 다소 급하게 메뉴가 나와 실패했던 적이 몇 번 있었다.”
김태진 대표의 고백입니다.
“디테일이 부족해 벌린 일을 수습해줄 사람이 필요하다”(배문진 제이디브랜딩 대표),
“반복적이고 일상적인 업무에 금방 질려 해서, 관리 수준을 잘 유지하지 못한다”(정승호 대표),
“계획 없이 자신감으로 도전하다 보니 3년 전 3억을 투자받아 육가공 공장을 운영할 때, 리스크 계산이 너무나 미흡해서 큰 손실을 입은 경험이 있다”(장원준 장가컴퍼니 대표)
등도 같은 맥락입니다.
단점 보완 방법으로는 타인의 의견 존중, 반대 성향 직원 배치 등이 꼽힙니다.
“메뉴 개편 관련하여 좀 더 직원들에게 업무를 분배하고 급하게 하자는 욕심을 다소 내려놓게 됐다”(김태진 대표),
“‘(남들의) 좋은 점은 배워서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계속 배우고 모방한다”(김혁 대표),
“단순 반복 업무는 적절한 직원을 배치하여 관리 수준을 유지하고, 당사자인 직원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고 반영했다”(정승호 대표)
등의 답변이 나왔습니다.
내향형 CEO는 INTJ, INTP 많아
내향형(I) 장사고수는 27명에 그쳤습니다. 그 중에선 ‘전략가’ INTJ와 ‘사색가’ INTP가 많았습니다. 내향(IN)⋅직관(N)⋅사고(T) 성격 유형이 공통적으로 많은 것이 눈에 띕니다.
전략가인 INTJ 유형의 장사고수는 임상진 생활맥주 대표, 강춘근 익선동목장 대표, 주용태 돈까스먹는용만이 대표 등 7명입니다.
강춘근 대표는 ‘장기적 전략’, ‘효율적 운영’, ‘비판적 사고’를 INTJ의 강점으로 꼽았습니다.
“효율적인 일처리와 동선을 끊임없이 생각하고 직원 개개인에게 확실한 역할을 부여한다. 가게가 하나의 기계장치처럼 원활하게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과 고집이 하루 7회전 이상 하는 시스템으로 이어진 것 같다.”
반면, INTJ의 단점은 ‘생각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강춘근 대표는 “생각이 너무 많아서 실행에 옮기지 못한 적이 몇 번 있었다. 워낙 말수가 없고 스몰토크 자체를 싫어하는 성격이라 처음에 직원들과 유대 관계를 쌓는 부분이 너무 힘들었다. 새로운 알바들은 일단 나를 무서워 한다”고 토로한다. 주용태 대표도 “너무 많은 데이터를 참조하려는 경향으로 린스타트업이 잘 안 되는 경향이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장사고수 가장 적은 MBTI는 ESFP⋅ISFJ 각 1명뿐
스타트업 CEO와 장사고수 중 가장 드문 성격 유형은 무엇일까요?
외향형 중에선 ESFP가, 내향형 중에선 ISFJ가 꼽힙니다. 각 1명에 불과했죠. 0.9%의 확률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드문 유형은 ‘수호자’로 불리우는 ISFJ. 이진우 하순옥황금안동국시 대표가 유일했습니다. 사업을 하는 데 있어 성격의 강점을 묻자 ISFJ다운 ‘착한 답변’이 돌아옵니다.
“사랑은 나눌수록 커지고 더 많은 사랑을 받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베푸는 것이라 생각한다. 음식업을 선택한 것도 다른 사람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서다. ‘건강보다 큰 가치와 행복은 없구나’ 생각하여 먹는 즐거움 뿐만 아니라 건강한 음식으로 행복을 전해드린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
ISFJ 유형의 단점은 시스템, 극복 방법은 멘토링이라고 합니다.
“장사라는 건 나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사람은 다 다른데, 내 마음을 기준으로 하다 보니, 보편적 기준을 잡고 시스템화하는 것이 어려웠다. 인생 멘토를 통해 단점을 보완하고 있다. 설문 작성 불과 몇 분 전에도 ‘대표님이 안 계셨다면 10년 걸렸을 일입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문자를 보냈다.”
윤여백 꼬꼬댁왕후라이드 대표는 장사고수 중 유일한 ESFP입니다.
“디테일한 계획을 세우거나 분석적이지 못하다 보니 그저 빠르게 행동으로 옮기는 편이다. 그래서 실행력이 좋다. 또한 단순하고 사사로운 것에 영향을 받지 않아서 꾸준히 오래 사업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약점도 있지만, 약점을 보완하기보다는 강점을 더 강화시키는 쪽이 더 빠르고 좋은 방법인 것 같다. 다만 너무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다 보니 초창기에 광고, 마케팅 쪽에서 사기를 당한 적이 있다. 지금은 나보다 계획형(J)인 성향의 매니저를 두고 있다.”
단점은 ‘정반대 성향’과 파트너십으로 보완
단독 CEO가 아닌, 공동창업자들의 ‘MBTI 케미(궁합)’는 어떨까요?
흥미롭게도 둘 이상의 공동창업자가 서로 반대되는 유형을 가진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들은 서로의 단점은 보완하고 각자의 장점을 살리며 시너지를 냈다는 평가입니다.
김용현, 김재현 ‘당근’ 공동창업자가 대표 사례인데요. 김용현 창업자는 ENFP, 김재현 창업자는 ISTJ로 정반대 유형이다. ‘재기발랄한 활동가’라는 ENFP의 혁신적 사고와 통찰력이 ‘세상의 소금형’이라는 ISTJ의 신중함과 책임감을 만나 균형을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심퍼티쿠시의 유상, 박준혁 공동대표도 각각 ENTJ, ISTO로 ‘T’만 빼고 모두 정반대입니다. 편의점을 13개 운영하는 진규훈 대표는 “분노가 많아 나와 반대인 성향의 직원을 뽑았다.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직원을 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극 E성향 대표와의 동업을 통해 대외적으로 사람을 만나거나 직원과의 트러블 같은, 대화로 해결이 필요한 일은 모두 그에게 위임하고 있다.”(강춘근 익선동목장 대표, INTJ),
“내 반대 성향의 파트너들과 같이 일을 한다.”(배문진 제이디브랜딩 대표, ENTP)
등에서 보듯 정반대 성향의 파트너와 시너지를 내는 전략을 채택한 분들이 많았습니다.
지금까지 장사고수 107명의 MBTI 조사 결과 전해드렸는데요.
MBTI는 오류 가능성이 있는 만큼 맹신보다는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는 하나의 '도구'로써 활용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상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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