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스트 리테일의 김진우 대표입니다.
오늘 이야기는 편의점 창업을 꿈꾸는 분들에게 현실적인 지침이 될 수도 있고, ‘절대 이렇게 하지 마세요’ 하는 경고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지금 강동구 한복판, 둔촌주공 신축단지 상가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상가는 총 12칸짜리 1층 상가입니다. 그런데 지금 다섯 칸이 비어 있어요. 왜일까요? 상권이 나빠서? 아닙니다. 입지가 나빠서? 전혀 아닙니다. 오히려 이곳은 강동구 최고 수준의 아파트 단지, 실거래가만 28억을 넘는 대장 아파트 앞입니다. 그럼에도 상가는 비어있고, 눈이 돌아간 건 상가 소유주들이었어요. 왜냐? 모두가 자기 칸에 제가 들어올 줄 알았거든요.
초대박 매장 선점 비결, 핵심은 '입지 선정'과 '선제적 계약' 전략
캐나다 출국 직전, 이곳이 유망하다는 판단 하에 저는 과감한 결정을 내립니다. 아직 도로도, 횡단보도도, 입주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지만 1층 12개 상가 전부에 계약금을 걸어버렸습니다. 도박이었죠.

어떻게 했냐고요? ‘아도 친다’는 표현 아시나요?
계약금을 걸어두고 상가 전체를 묶어버리는 겁니다. 한 칸당 보증금 5천에서 1억까지. 계약금만 7천만 원 정도 깔았습니다. 목적은 단 하나, 신축 아파트 단지 내 편의점 진입권을 확보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예기치 않은 문제가 터졌습니다. 인허가 관련 조례가 중간에 바뀐 거예요. 강동구 담배 취득 조례가 개정되면서, 입주 60일 이후 추첨으로 담배 판매권을 배정하게 된 겁니다. 담배 없으면 편의점 못 여는 거 아시죠?
담배권 전쟁과 '슈퍼'로의 임시 전환
잔금을 치르지 않은 상태에서 저는 갈림길에 섰습니다.
① 7천만 원 계약금 날리고 포기할 것인가
② 일부 칸 잔금을 치르고 ‘슈퍼’로 버티다 담배를 따낼 것인가
결정은 후자였습니다. 한 번도 안 해본 슈퍼를 직접 오픈하기로 했습니다. 1팀장, 2팀장과 함께 가락시장 가서 매일 물건 실어 나르고, 온라인에서 소싱하고, 코스기 사서 진열하고… 두 달 반 동안 슈퍼를 운영했습니다.
결과요? 결국 담배권을 따내는 데 성공했죠.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눈 돌아간 소유주들과의 마찰
편의점 입점을 예상하고 있던 상가 소유주들이 난리가 난 겁니다. 계약금을 포기하고 나온 상가에 들어가겠다는 줄 알고 저를 견제하기 시작했어요. 담배권 추첨에도 직접 참가해서 저를 떨어뜨리려고 했고, 그거 막는데만 추가로 1억이 더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들어간 비용? 현금으로 4억 원입니다. 편의점 하나에요. 미쳤죠.

편의점 월세가 1,600만 원이 넘는 이곳은 강동구 최고가 상권이기도 하지만, 위험도는 말로 할 수 없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결정하는 ‘예측력’
이 모든 판단은 ‘예측력’이 없으면 절대 할 수 없는 결정입니다. 입주 전 도로가 어떻게 뚫릴지, 계단이 어디에 놓일지, 유동 인구의 동선은 어디로 흐를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예측을 해야 해요. 예를 들어 편의점에서 계단 한 칸당 매출이 10만 원 빠진다고 봅니다. 그래서 우리는 계단 없는 쪽에 들어간 거예요. 그런 디테일이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핵심입니다.
대체 왜 이런 무리수를 두었나?
지금 전국에 편의점이 5만 개가 넘습니다. 남아 있는 점포는 권리금, 보증금, 월세 다 비쌉니다. 수익률 낮습니다. 그래서 신축밖에 선택지가 없는 거예요. 신축은 아예 철판 깔고 1억쯤 날릴 각오로 들어가야 됩니다. 계약금만 걸고 못 들어갈 수도 있거든요.

편의점 창업자 중 90%는 이사할 수밖에 없을 때, 벼랑 끝에서 창업 결정을 내립니다. 근데 그 상황에선 절대 이런 베팅 못 합니다. 안정된 편의점은 수익이 안 나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 유일한 방법입니다.
상권조사란 무엇인가
이걸 하려면 기본적으로 ‘상권조사’에 대한 개념부터 바꿔야 합니다. 동네 한 바퀴 돌고 먹자골목 한번 가보고 유튜브 보는 게 상권조사 아닙니다. 진짜 상권조사는 그 동네 부동산 다 털고, 조합원 다 만나보고, 계약 가능성까지 확보해야 끝나는 거예요.
현재 성과와 편의점의 본질
지금 이 편의점은 강동구 매출 1등입니다. 12개 점포의 연매출은 작년 150억, 올해는 180억 예상됩니다.

알바 포함 직원 수만 100명이에요.


타워팰리스 강남구 1등 매장, 송파구 1등 매장과 어깨를 나란히 합니다.


이 편의점은 단순한 편의점이 아닙니다. 마트형입니다.
과일, 채소, 고기 다 팔고, 1+1 행사 잘 돌려서 객단가를 끌어올립니다. GS는 MD 구성 잘합니다. 가장 잘 나가는 건 여전히 음료, 술, 안주, 과자입니다.

현실적인 조언
현장 팀장에게 물어봤습니다. 편의점 하고 싶냐고. 대답은 “돈 많으면 하고 싶다. 아니면 안 하고 싶다”였습니다. 왜냐? 정말 시간이 없거든요. 물건 진열, 행사 관리, 디스플레이, 발주, 회계… 직접 해봐야 알아요.
반대로 점주가 관심 없으면? 점점 상품 빠지고, 진열 망가지고, 매출 하락합니다. 진짜 ‘돌을 놔도 팔리는 자리’는 극소수입니다.
마무리: 나는 왜 이 짓을 했는가?
캐나다에서 여섯 번 비행기 타고 왔습니다. 계단 하나 없던 아스팔트 위에서 상상만으로 매장을 설계했습니다. 위험 감수 없이는 절대 만들 수 없는 매장이에요.
성공하고 싶으신가요? 그럼 자신에게 질문해 보세요.
“나는 계약금 7천만 원, 날릴 각오가 되어 있는가?”
이 질문에 "YES"라고 답할 수 있는 사람만 이 판에 들어오세요.
이상 창톡뉴스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