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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란 진출해서 폭망한 CU 편의점 뒷이야기
노승욱

안녕하세요, 창톡 노승욱 대표입니다.

오늘 창톡뉴스에서는 국내 대표 편의점 브랜드 CU가 야심차게 이란 시장에 진출했다가 1년 만에 조기 철수한 뒷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저는 2018년 2월 직접 이란 테헤란에 방문하여 현장을 살펴보고 현지 관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당시의 상황과 실패 원인을 분석해보겠습니다.

 


CU의 뜬금없는 이란 테헤란 진출 소식, 직접 가서 보니..

 

2017년 당시 한국의 편의점 시장은 가맹점 4만개가 넘으며 심각한 포화 상태였습니다. 업계 1, 2위를 다투던 GS25와 CU는 국내 시장에서 성장 한계를 느끼고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었는데요.

그러던 중 CU가 이란 테헤란에 첫 해외 점포를 냈다는 뉴스가 보도됐습니다. "테헤란이 들썩였다", "CU 편의점에 손님이 바글바글하다"는 기사가 쏟아졌죠. 기사만 보면 마치 한국 편의점이 해외에서 대성공을 거두고 있는 듯한 분위기였는데요.

 


하지만 저는 그 기사를 보면서 의문을 가졌습니다. 과연 편의점이 이란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이란 사회는 1인 가구보다 대가족 중심 문화가 강하고, 기존의 유통망이 이미 자리 잡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식 편의점 모델이 정착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직접 이란으로 가서 확인해 보았습니다. 결과는 예상보다 더 심각했습니다. CU 매장에는 손님이 거의 없었고, 사업 구조 자체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 명확했습니다.

 

CU의 이란 진출 실패 원인 4가지


1) 편의점과 맞지 않는 이란의 사회 구조 

편의점은 기본적으로 1인 가구가 많은 지역에서 유리합니다. 편의점이 최적화돼 있는, 근거리 소용량 쇼핑에 대한 니즈가 가장 강한 가구 형태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란은 1인 가구 비중이 한 자릿수에 불과한 대가족 중심 사회입니다. 편의점보다는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소비 문화가 발달해 있죠.

또한, 이란에서는 공항을 제외한 대부분의 매장이 밤 12시면 문을 닫아야 했습니다. 24시간 운영해 ‘편의성’이 뛰어나다는 강점도 발휘할 수가 없었죠.

 


2) 현지 경쟁 기업의 견제로 인한 제품 조달 문제

이란의 유통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기업 중 '골랑(Golrang)'이라는 대기업이 있었는데요. 이 회사는 유통과 제조 사업을 함께 운영하며, 이란 전역의 소매 유통을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골랑은 CU를 유통 부문에서 자사의 경쟁자로 인식, 인기 제품을 CU에 공급하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이란 소비자들은 CU에 가도 원하는 제품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에 CU는 한국 제품을 수입해서 차별화를 꾀하려 했으나, 미국의 경제 제재로 인해 한국 제품 수입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CU 매장에는 주로 인기 없는 2~3위 브랜드 제품들만 진열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굳이 CU를 방문할 이유가 없었던 것입니다.

 


3) 높은 월세 부담

이란은 오랜 경제 제재로 인해 환율이 불안정했고, 인플레이션이 극심했습니다. 물가상승률이 심할 때는 40~50%, 양호할 때도 15% 안팎에 달했죠. 상황이 이러니 이란 국민들은 부동산을 선호, 부동산이 상당히 비쌌습니다. CU가 입점한 주요 상권의 월세는 600만원에 달할 정도였죠. 이는 이란 신입사원의 연봉과 맞먹는 금액이었습니다.

 


4) 이란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 

이란 사람들은 명예를 매우 중시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CU는 한국에서 하던 방식 그대로 성과주의적 조직 문화를 적용했습니다. 특히, 직원들의 성과를 공개적으로 게시하는 대자보를 사무실에 붙였습니다. 이는 이란 직원들에게 모욕감을 주는 행동이었죠.

 

어느 날, 한 직원이 본인의 성과가 저조하다는 이유로 대자보에 이름이 올라가자, 충격을 받고 소리를 지르며 대자보를 갈기갈기 찢어버렸습니다. 이처럼 이란 현지 직원들은 한국 본사에서 파견된 관리자들과 계속 갈등을 겪었고, 결국 팀워크가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사이가 멀어진 양 사는 5호점까지는 CU가, 이후 점포 개발은 엔텍합 측에서 개발하기로 하며 결국 ‘각자도생’에 나섰습니다.

 

이밖에도 매장 내 음악 사용 금지, 24시간 영업 금지, 유리벽으로 매장 70% 이상 노출 의무화 등 한국에서는 예상치 못했던 규제가 많았다고 합니다. 이데엔텍합의 한 한국인 직원은 “한국에서 이란 문화에 대해 수개월간 이론 교육을 받고 왔지만 실제 업무에서 쓸 만한 지식은 10분의 1밖에 안 되더라”라고 토로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테헤란의 CU 매장들은 일반적인 편의점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100평 규모의 대형 매장이 있는가 하면, 편의점이 아니라 대형마트처럼 대용량 제품을 판매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편의점도, 대형마트도 아닌 정체불명의 매장이 된 것입니다.

 


엔텍합과 CU의 ‘잘못된 만남’

 

저는 엔텍합과 CU의 조인트벤처인 ‘이데엔텍합’의 아미르 골라이피 대표를 단독 인터뷰했는데요. 그는 조인트벤처 대표가 이런 얘기를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생각보다 내밀한, 놀라운 이야기를 제게 들려줬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위에서 언급한 문제들로 인해 이미 CU에 상당한 악감정이 쌓여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엔텍합은 CU보다는 일본 세븐일레븐 측에 먼저 편의점 사업 협업을 제안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세븐일레븐에선 회신이 없었다고 합니다. 미국의 적성국인 이란에서 사업을 하다가 미국의 눈 밖에 나면 글로벌 사업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을 겁니다.

 

세븐일레븐에서 회신이 없자, 엔텍합 그룹은 다음으로 한국의 GS25에 제안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GS25 역시 거절했고, 이에 결국 세 번째로 제안을 한 CU가 수락하면서, 양 사의 조인트벤처가 설립되게 된 것입니다.

CU는 "한국 편의점 최초의 해외 진출"이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 예정보다 1년이나 서둘러 이란 시장에 진입했습니다. 엔텍합은 ‘꿩 대신 닭’으로, CU는 GS25보다 먼저 해외 진출을 하기 위해 서로 손을 맞잡은 것입니다.

 

처음부터 베스트 파트너끼리 만나도 성공하기 어려운 게 해외 진출인데, 서로 다른 꿍꿍이를 갖고 시작을 했으니 실패는 예견된 수순 아니었을까요. 이러한 복합적인 문제로 인해 CU는 1년 만에 이란 철수를 결정했습니다.

 


CU의 이란 진출 실패 사례는 많은 시사점을 줍니다.

해외 진출 시에는 현지인들의 가구 형태, 소비 습관 등에 대한 철저한 시장 조사, 현지 협력사나 유통망과의 관계 설정, 비용 및 환율 변동 리스크 분석, 양국의 문화적 차이 이해, 국제 정세 이해 등 다방면으로 꼼꼼한 분석과 준비가 선행돼야 합니다. 해외 창업을 고민하는 분들께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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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톡 - 노승욱 고수
노승욱 고수
창톡
분야
마케팅, 기타
경력
14년
지역
서울 강남구
“저도 어머니가 40년 넘게 순대국집 하고 계시는 소상공인의 아들입니다. 외롭고 힘든 소상공인의 장사 고민을 풀어드리고자 창톡을 설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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