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화성에 로봇식당을 만드는 회사, 푸드테크 스타트업 '케이푸드텍'의 김용 대표입니다.
로봇의 전성시대를 넘어 이제는 ‘절대적 필요’의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로봇 관련 기업의 주가가 급등하며, 바리스타 로봇과 튀김 로봇을 지방에서도 쉽게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난 5년간 직영점 두 곳에서 찌개 로봇, 돈까스 튀김 로봇, 볶음 로봇, 서빙 로봇 등 다양한 조리 로봇을 개발하고 실험해 왔습니다. 이를 결제 서비스와 연동하거나, 정부 실증 사업 및 다른 푸드테크 기업과의 컨소시엄을 통해 여러 프로젝트도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조리 로봇을 도입하면 인건비를 바로 절감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자영업자분들의 생각에는 다소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든 조리가 자동화된 완벽한 로봇 주방이 실현되기까지는 여전히 많은 자본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시도된 주방 자동화는 본질적인 생산성보다는 엔터테인먼트 요소에 집중된, 보여주기식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제 판단입니다.

“고객이 로봇에 놀라는 건 처음 한 번뿐”.. '이벤트 로봇'은 이제 그만!
만약 유명 일식 셰프가 운영하는 고급 초밥집에 갔다고 상상해 보세요. 그 셰프가 “저는 1,000만 원짜리 사시미 칼로 회를 뜹니다!”라고 말한다고 해도, 초밥의 맛이 별로거나 더 저렴한 곳에서도 비슷한 맛을 즐길 수 있다면 그 초밥집은 오래가지 못할 것입니다. 이는 이벤트성에 불과한 매장과 다를 바 없기 때문입니다.
현재 많은 국내외 로봇 스타트업들이 조리 로봇을 개발하고 있으나, 이들 대부분은 최종 사용자인 셰프가 아닌 공학도 중심으로 설계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실제 주방에서의 활용도를 낮추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주방 자동화가 직면한 문제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로봇 크기의 문제
- 조리 로봇이 기존 주방 공간에 들어갈 만큼 컴팩트한가?
2. 효율성과 내구성
- 피크타임에도 빠른 속도로 대량 음식을 균일하게 조리할 수 있는가?
- 주방의 온도·습도 변화 속에서 내구성이 충분히 검증되었는가?
3. 주방 동선과 안전성
- 직원의 동선에 방해가 되거나 위험하지는 않은가?
4. A/S와 유지보수
- 고장 시 빠르게 수리가 가능한가?
여기에 비싼 가격 문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현재 치킨 로봇, 피자 로봇은 4,000~5,000만원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으며, 렌트로 이용하더라도 월 100만원 초반대 비용이 발생합니다. 한식 로봇이나 커피 로봇은 이보다 더 비싸 6,000만원에서 1억원을 넘기도 합니다. 국내 자영업자의 평균 창업 비용이 8,000만원대 중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현실적으로 접근하기 힘든 수준입니다.

기술과 본질 모두 실패한 미국 줌피자
한때 푸드테크의 총아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기업이 있습니다. 2010년대 후반 소프트뱅크로부터 약 4,000억원의 투자 유치를 받은 푸드테크 스타트업 '줌피자'입니다. 조리 로봇의 가능성을 처음으로 대중에게 선보여 화제가 됐죠. 로봇팔을 이용해 도우를 펴고, 소스를 바르고, 토핑과 조리를 자동화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시도는 만 2년도 지나지 않아 실패로 끝났습니다.
줌피자의 실패 원인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① 공학 중심 경영진의 한계
- 음식업의 본질인 ‘차별화된 맛과 균일성’을 확보하지 못함
② 조리 로봇의 한계
- 급격한 성장으로 비숙련 인력을 조리에 투입하며 고객 만족도가 떨어짐
③ 아이디어는 훌륭했지만 실현은 어려운 기술
- 푸드트럭 이동 중 조리된 피자가 모양이 흐트러지며, 제품의 품질이 저하
- 제작 비용 대비 매출 규모가 낮아 ROI(투자 대비 수익률)가 맞지 않았음
줌피자의 사례는 기술만으로는 음식업의 본질을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결국 고객이 로봇에 놀라는 것은 처음 한 번뿐이며, 맛, 가격, 포장과 플레이팅이 더 중요한 요인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주방 자동화, 해답은 ‘협동 로봇’
그렇다면 주방 자동화는 불가능한 걸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다만, “직원을 대체하는 거창한 조리 로봇이 아니라, 기존 직원의 일손을 돕는 협동 로봇”이 주방 자동화의 현실적인 해답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밥집 협동 로봇을 예로 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
현재 김밥 로봇은 김밥 전체를 만드는 대신, 로봇이 김 위에 밥을 펴주거나 완성된 김밥을 자르는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로봇 한 대가 1~2인의 인건비를 절감하기보다는, 0.1~0.2인의 인건비를 절감하는 식입니다. 이처럼 부분 자동화를 담당하는 협동 로봇이 모여서 1~2인의 인건비를 절감하는 것이 당분간 푸드테크의 현실적인 모습이 될 것입니다.

푸드테크의 본질은 ‘푸드’에 있다
저는 현재 돈까스 튀김 로봇을 도입해 돈까스 매장을 운영 중입니다. 최근 인건비 상승과 구인난으로 로봇 도입 관련 문의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푸드테크는 ‘테크’보다 ‘푸드’가 본질입니다. 화려한 기술보다는 가성비 좋은 로봇, 그리고 고객이 다시 찾을 맛과 서비스가 더 중요합니다. 푸드테크의 진화 과정을 유심히 지켜보면서, 우리 가게에 알맞은 협동 로봇을 잘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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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콘텐츠는 김용 케이푸드텍 대표가 기고한 글을 창톡이 요약해서 재구성한 것입니다. 김용 고수의 보다 자세한 노하우가 궁금한 분들은 아래 유튜브를 참고하시거나 1:1 멘토링을 이용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