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부산에서 '고향연화', '낙불집' 등을 운영중인 고일민 대표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인기 있는 외식 메뉴로는 삼겹살, 샤브샤브, 일식 등이 꼽히는데요. 그러나 이러한 메뉴들은 한 가지 약점이 있습니다. 큰 카테고리의 메뉴는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지만, 카테고리를 세분화하면 트렌드에 따라 수요가 크게 변화합니다. 예를 들어, 삼겹살은 냉삼(냉동삼겹살)에서 숙성고기를 거쳐 미나리삼겹살로 변화하였고, 샤브샤브는 월남쌈에서 편백찜으로 인기 아이템이 달라졌습니다. 규카츠, 마제소바, 후토마키 등 트렌드 변화가 빠른 일식은 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최근 외식 시장에서는 누가 더 이색적인 음식을 선보이는지 눈치싸움을 하는 분위기입니다. 손 안의 스마트폰으로 전 세계 요리의 독특한 메뉴와 차림을 확인할 수 있는 세상이니 변화의 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상황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도 큰 변화 없이 꾸준히 사랑받는 메뉴가 있습니다. 바로 한식입니다.

유행 타지 않는 한식⋯화려함보다 진정성이 중요
인기 맛집 한식당에서는 화려한 인테리어와 힙한 브랜딩 같은 외식업계 특유의 성공 공식이 통하지 않습니다. 대신, 깨끗한 인테리어, 깊고 깔끔한 맛, 청결한 위생 관리, 지역 특성과 제철 재료를 살리는 브랜딩, 친절한 서비스가 공통된 성공 비결로 작용합니다. 이를 통해 억대 월매출을 기록하는 김치찌개, 만두전골, 삼계탕, 쭈꾸미, 낙지볶음, 추어탕 전문점들이 적지 않습니다.
더불어 세월이 더해질수록 ‘노포 맛집’의 가치는 더욱 높아집니다. 한식은 유행을 타지 않고 매일 먹을 수 있으며, 누구나 즐기고 주기적으로 떠올리게 되는 음식입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일식 메뉴로 성공했지만, 결국 한식당을 운영하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저는 외식업에 뛰어들며 단돈 1,000만원으로 ‘고향카츠’를 시작했습니다. 실내건축 전공을 살려 혼자 페인트칠하고, 목수 작업을 하며 비용을 절감했습니다. 일반적인 돈까스는 대중에게 어필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해 일본의 미슐랭 식당 ‘돈카츠 에페’와 ‘마이센’ 등에서 선보인 프리미엄 카츠를 부산에 최초로 도입했습니다. 오픈 첫 달부터 큰 수익을 올려 창업 비용을 두 달 만에 회수했습니다.
이후에는 돈까스의 품질을 높인 ‘고향연화’를 오픈했습니다. 전복죽으로 유명한 연화리의 지역적 특색을 살려 ‘전복리조또’를 개발하고, 후토마키를 대중적으로 풀어내 또 한 번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월매출은 초기 4,000만원에서 2023년 여름에는 2억원을 넘겼습니다.
하지만 돈까스 가게를 운영하면서 주기적으로 먹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느꼈습니다. 반면, 낙지는 일주일에 세 번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친숙한 메뉴였습니다. 그래서 고향연화를 창업한 지 1년 만에 낙지볶음 전문점 ‘낙불집’을 열었습니다. 맛은 기본이고, 좋은 경치와 차별화된 플레이팅, 친절한 서비스가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오픈하자마자 월매출 1억 원을 넘겼고, 2023년 여름에는 1억 8,000만 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로 인해 한식 시장의 크기를 다시금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MZ세대 자영업자들 중에서는 한식으로 창업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 듯합니다. 백반, 생선구이, 국밥, 낙지 요리 등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상권에서도 한식당이 상대적으로 잘 보이지 않습니다. 반면, 트렌디한 일식당이나 주점, 카페는 차고 넘치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저는 유망 창업 아이템으로 한식을 추천드립니다.

한식은 특정 메뉴 인기가 급등락하는 변동성 적어 안정적
물론, 한식에도 트렌드가 없지는 않습니다. 다만 상대적으로 특정 메뉴가 급부상하거나 쇠퇴하는 변동성은 작습니다. 제가 예상하는 새로운 한식 트렌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9000~1만1000원대의 ‘가성비 한식’
고물가 시대에 9000~1만 1000원대의 한식은 가성비가 높게 느껴질 것입니다. 이 가격대에서 제공할 수 있는 한식으로는 국밥, 칼국수, 분식 등이 있습니다. 차별화를 잘하고 고객 경험을 극대화한다면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2. 스토리텔링이 가미된 ‘세련된 국밥’
국밥은 한국인에게 애환이 서린 소울푸드입니다. 최근에는 스토리를 가미한 국밥집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같은 국밥이라도 스토리와 구성에 따라 성패가 갈릴 수 있습니다.
3. 지역 특색과 제철음식을 활용한 ‘한식주점’
제철음식과 지역 특색을 살린 한식주점은 실패하지 않는 창업 아이템이 될 것입니다. 한국인은 제철 식재료를 중요시하며, 이를 활용한 메뉴가 고객의 사랑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4. 간편식의 한계를 넘어서는 ‘프리미엄 한상’
간편식이 발전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한상 차림’에 대한 욕구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낙지볶음, 생선구이정식, 간장게장, 해물장 정식 등 집에서 요리하기 어려운 메뉴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맛집이 주목받을 것입니다.

밥은 한국인의 소울푸드⋯휴먼 터치로 만족감 더하라
AI와 비대면 진료 등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한국인은 여전히 ‘밥심’으로 살아갑니다. 한식은 단순히 먹는 것이 아니라, 오감으로 즐기고 추억까지 얹어 먹는 음식입니다. 경쟁이 치열한 이 시대에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멋진 한식당이 더 많이 등장하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본 콘텐츠는 고일민 고향연화 대표가 '자영업 트렌드 2024'에 기고한 글을 창톡이 요약해서 재구성한 것입니다. 고일민 고수의 보다 자세한 노하우가 궁금한 분들은 책을 참고하시거나 1:1 멘토링을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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