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ng)
안녕하세요 창톡 노승욱 대표입니다. 오늘은 일본에서 3대에 걸쳐 가장 많은 매장을 운영중인 일본 1위 메가프랜차이지 기업 '아리가또서비스'의 성공비결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트렌드에 따라 3대가 사업을 유연하게 전환, 다점포 경영의 모범을 보이는 기업입니다. 2017년 제가 일본에서 직접 사장을 인터뷰하고 쓴 기사에 최신 정보를 업데이트 한 내용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일본 시코쿠섬에 위치한 에히메현 이마바리시. 마쓰야마공항에서 차로 1시간을 달려 도착한 이 곳은 시야에 걸릴 것 없이 탁 트인 한적한 농촌. 그중에 초등학교 교실 두세 개를 합친 면적의 3층짜리 아담한 건물이 서 있습니다. 일본 메가 프랜차이지(Mega-Franchisee·다점포 운영) 1위 기업 ‘아리가또서비스’입니다.
1941년부터 포트폴리오 바꾸며 3대째 가맹 사업
이 회사의 사업 모델은 퍽 독특합니다. 자사 사업보다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100여개 운영하는 게 본업입니다. 그것도 이모토 마사유키(井本 雅之) 아리가또서비스 사장의 할아버지부터 3대째 이어져 내려온 ‘가업(家業)’입니다. 지난 2012년에는 자스닥(JASDAQ)에 상장까지 했습니다. 프랜차이즈 본사조차 직상장한 사례가 없는 우리나라와 대비되죠.
아리가또서비스의 역사는 1941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모토 사장의 할아버지는 일본 부라더상사의 미싱 대리점을 차렸습니다. 사업이 잘되자 오사카, 고베, 이마바리 등 관서 지방에서 10여개의 다점포를 운영했답니다. 3대에 걸친 프랜차이즈 가업의 시작이었죠.
세월은 흘러, 1970년대 일본에선 유니클로 등 중저가 의류 시장이 커지며 미싱 판매업이 쇠퇴하기 시작합니다. 굳이 비싼 미싱을 사서 옷을 수선해 입기보다는 저렴한 옷을 새로 사 입는 소비 패턴이 확산된 때문이죠. 대리점들의 매출이 떨어지자 이모토 사장의 아버지는 신사업에 진출합니다. 당시 유행하던 대형슈퍼마켓(GSM) ‘다이에’ 가맹점을 출점한 것이죠. 장사가 잘돼 17개까지 가맹점을 늘렸습니다.
또 시대는 빠르게 변해갔습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시장이 커지며 다이에도 한물간 사업이 됐죠. 아버지가 운영하는 다이에가 부진하자 아들인 이모토 사장은 다시 신사업을 찾아야 함을 직감했다고 합니다.
처음에 문을 두드린 것은 1985년 오픈한 ‘토마토&양파 레스토랑’이었습니다. 이어 복합 비디오 대여점 ‘츠타야’(1988년), 패스트푸드 ‘모스버거’(1990년) 가맹점도 출점했습다.
할아버지는 '미싱', 아버지는 '대형마트', 본인은 '중고용품'⋯트렌드 따라 변신
“도산해가는 아버지 회사를 일으키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어요. 츠타야가 유망해 보였지만 ‘이건 늦었다’ 싶었죠. 이미 다른 가맹점들이 주요 상권을 선점하고 있어 추가 출점이 쉽지 않았어요. 그러던 중 신문에서 중고서점 프랜차이즈 ‘북오프’를 알게 됐습니다. 신문에는 아주 작게 소개됐지만 재미있는 모델이다 싶어 찾아갔죠. 마침 북오프 사장은 일전에 근무했던 컨설팅 회사 ‘후나이소고겐큐조’에서 만났던 인연이 있었어요. 시장 전망이 밝고 츠타야보다 매장이 아직 적어 해볼 만하다 싶었죠. 결국 츠타야와 북오프에서 길을 가른 것은 ‘타이밍’이었습니다.”
이모토 사장의 회고입니다.
츠타야 투자 때 상권을 선점당한 아픈 경험은 북오프에서 ‘빠른 출점’ 전략을 채택하게 했습니다. 중고서점 북오프와 자매사 격인 중고 가전용품점 ‘하드오프’를 더해 10개점 출점을 1년 안에 해치웠습니다. 이어 이들 회사가 운영하는 아류 브랜드 ‘하비오프(컴퓨터·악기 등 중고 취미용품점)’와 ‘오프하우스(의류·가구 등 중고 생활용품점)’도 줄줄이 출점했습니다.
2017년 당시 아리가또서비스가 운영하던 중고용품 가맹점은 약 80개로 전체 사업 비중의 70%를 차지했습니다. 한때 하비오프 전체 가맹점의 약 10%, 북오프 5%, 모스버거 2% 가맹점이 아리가또서비스 소유였죠. 이들 프랜차이즈의 대주주인 셈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본부도 아리가또서비스를 정식 사업 파트너로 대합니다. 2012년 아리가또서비스가 상장할 때 회사 지분의 3.5%씩을 북오프와 하드오프가 사들였습니다. 이는 아리가또서비스 직원들의 우리사주 지분율(7%)과 맞먹습니다. 본부와 가맹점이 서로의 지분과 점포에 투자해 ‘혈맹’을 맺은 셈이죠.
“경영자로서 가맹점 대신 자기 사업을 해보고 싶지 않나요?”라는 질문에 이모토 사장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오리지널 브랜드 매장도 일부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본부의 어려움을 잘 알기 때문에 가맹점을 모집할 생각은 없습니다.”
▲ 2017년 당시 아리가또서비스 가맹점 포트폴리오
2017년 당시 아리가또서비스의 주가는 눈에 띄게 급락하고 있었습니다. ‘일본의 당근마켓’에 해당하는 ‘메루카리’가 등장, 오프라인 중고용품 거래 시장을 대체하는 움직임이 주요인으로 꼽혔는데요. 이모토 마사유키 사장도 이를 회사의 위기로 받아들이고 다시 신사업 발굴의 필요성을 인정했습니다.
“실적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본부도 상황 변화를 체감하고 있을 테니 조만간 어떤 해답을 내놓을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 생각과 맞으면 계속 같이 갈 수도 있겠죠. 그러나 한편으로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여럿 출점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모델 같아요. 이제는 ‘여기밖에 없다’거나 ‘여기가 아니면 안 된다’는 것을 하려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모두 아마존에 잡아 먹히고 말 거예요. 그런 사업을 계획 중입니다. 인터넷 기업을 인수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죠. 자세한 것은 지금 말할 수 없습니다. 힌트를 주자면 ‘좋은 경치’예요. 그곳에 안 가면 못 보는, 그런 사업을 준비 중입니다.”
이후 저는 틈틈이 아리가또서비스의 실적과 주가를 챙겨봤는데요. 지난 10년간 아리가또서비스의 주가는 다음과 같습니다.
중고용품 실적 악화에 다시 온천 관광업 '신사업 진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주가가 급락했다가 다시 우상향 하는 모습이 인상적인데요. 이는 아리가또서비스가 온천 리조트에 투자한 덕분입니다. "'여기밖에 없다', '여기가 아니면 안 된다'는 것을 하려 한다""좋은 경치""그 곳에 안 가면 못 보는 사업" 등 이모토 사장이 2017년부터 계획하고 있던 것은 바로 관광업이었던 것이죠.
아시다시피 방일 관광객이 3000만명을 넘으며 일본의 관광업은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이에 힘입어 아리가또서비스의 실적과 주가도 다시 반등할 수 있었습니다. 회사 매출과 영업이익은 2014년 74억엔, 5억엔에서 2023년 97억엔, 7억엔으로 9년 만에 31%, 40% 증가했습니다. 2012년 말 상장 당시 1300엔가량이던 주가는 2024년 12월 23일 현재 3460엔까지 상승했습니다. 메루카리의 등장, 코로나 팬데믹의 위기도 견뎌내고 아리가또서비스는 지금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 이모토 마사유키(井本 雅之) 아리가또서비스 사장
"돈 벌 궁리 대신 행복해지는 방법 찾아야"
Q. 가맹점을 여럿 운영하며 상장까지 한 사업 모델이 독특합니다.
A. 메가 프랜차이지 전문기업은 일본에만 10개가 넘습니다. 그중 상장한 것이 7개 정도 되죠. 이들과 비교한 적은 없지만 가맹점이 100개 이상 되는 대형 메가 프랜차이지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 분야에서는 아리가또서비스가 가장 큰 기업인 것 같아요.
Q. 프랜차이즈 사업은 트렌드에 민감한데요. 가맹점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A. 뜨는 사업이 있어도 진출할 만한 적정 시기를 살핍니다. 가령 북오프와 하드오프가 잘돼서 모두 출점하고 싶어 한다면 그때는 이미 늦었어요. ‘과연 이게 잘될까?’ 하는 의구심이 생길 때 출점해야 합니다. ‘붐’을 예측하고 미리 선점해야 하죠. 때로는 도박 같은 일입니다.
Q. 신사업 진출에 적정한 시기를 읽는 노하우는 무엇인가요.
A.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는지’를 생각하면 안 돼요. ‘소비자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어떤 것을 바라는가’를 겸손하게 생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떻게 하면 모두가 함께 즐기고 행복해질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 합니다.
Q. 프랜차이즈 본부와 가맹점은 결국 같은 사업을 하는 동반자인데, 주가도 장기적으로 보면 한 방향으로 수렴하지 않을까요.
A. 같은 사업을 한다면 결국 수렴하겠지만 본부와 가맹점이 꼭 같은 사업을 하는 것은 아니예요. 가령 해외 사업도 아리가또서비스는 동남아로 진출했지만 본부는 하와이에 출점했죠. 본부가 미국에 시장이 있다고 생각할 때 우리는 유럽이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요. 본부는 우리를 경영 파트너로 대우하고 서로 협의해서 결정하기 때문에 각자 다른 사업을 할 수 있습니다. 본부와 협의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온 게 중요합니다.
Q. 한국에서는 가맹점에 대한 프랜차이즈 본부의 통제력이 매우 강합니다.
A 일본도 편의점, 모스버거처럼 본부가 만든 상품을 납품받아 파는 업종은 본부 통제력이 강해요. 그러나 중고품 사업은 각 지역에서 고객이 가져온 상품을 점포에서 가격을 매겨 되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율성이 높죠. 사업 데이터는 본부에 보내지만 가격 결정은 지점이 직접 합니다.
Q. 사업 동반자로서 본부로부터 어떤 혜택을 받는가요.
A 추가 출점을 할 때마다 혜택을 주는 본부도 있지만 북오프와 하드오프는 경제적 혜택은 거의 없었어요. 대신 상장할 때 주식을 사주고 본부 사장과 직접 통화하며 경영 정보를 공유해줍니다. 인력을 파견해주기도 하죠. 가령 급한 출장이 생겨 매장 직원이 부족할 때나 개업 초기 1~2년간 운영 인력을 보내주는 식이예요.
Q. 가맹점을 여럿 운영하는 아리가또서비스 사업 모델에서 주의할 점은 무엇인가요.
A. 사업이 잘 안돼도 본부 탓만 해서는 안 됩니다. 모든 것은 자기 책임이예요. ‘사업에 대한 책임은 내가 다 감당한다’는 각오를 갖고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정말 본부가 안 좋다면 그만두면 됩니다.
▲ 창톡 장사고수와 1:1 상담료 90% 할인 받기
.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