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첫 장사를 대전 둔산동에서 시작하였습니다.
주로 만남의 장소로 불리는 '약속 상권', 혹은
'밀집 상권', '번화가 상권', '클럽 상권' 등으로 불리는 이곳은
20대 초반이 다수 모이는 상권입니다.
명확한 정의는 없지만, 저는 약속 상권을
'35석 이상의 헌팅포차'를 포함한 상권으로 정의합니다.
최근 이러한 상권들이 큰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저출산, 전국 주점 상권에
위기 요인이 되다
가장 큰 원인은 인구 감소입니다.
1998년부터 2001년까지 4년간 대전 지역의
평균 출생아 수는 1만8720명이었으나,
그 이후 4년인 2002~2005년 동안 집계된 수치는 1만5079명으로,
매년 20세 손님이 20%씩 줄어들었습니다.
이는 4년 만에 핵심 연령대인
20세 손님 1년 치를 통째로 잃은 셈입니다.


↳ 1998년 대비 2005년에 전국 신생아 수가 20만명 가까이 감소했다. 이들이 만 19세가 되기 시작한 2020년대 들어선 주점 상권의 신규 고객층 유입이 눈에 띄게 줄어들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포 수는 오히려 늘어났습니다.
건물이 들어설 수 있는 땅에는 모두 건물이 세워졌습니다.
미디어와 언론을 중심으로
청년 창업 신화 콘텐츠가 큰 인기를 끌면서
젊은 창업자도 자연스럽게 늘어났습니다.
그야말로 창업 열풍의 시대가 된 것입니다.
실제로 자영업자를 인터뷰하는
유튜브 영상은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며
인기 콘텐츠가 되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창업 지표가 악화되고 있는 와중에
창업 그 자체가 대중적 인기를 끌고 있는
기이한 상황입니다.

‘약속 상권’의 위상 하락
그러나 이대로라면 약속 상권은
과거의 위상을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인구는 줄어들고 있지만,
점포를 차릴 수 있는 건물과 창업자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고객은 부족한데
경쟁자만 늘어난 상황입니다.
최악의 상황이 겹친 셈이지요.
장사는 거시적인 지표에 큰 영향을 받는 업종이라,
거대한 추세에 휘둘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로 인해 전국적으로 '감성 상권'이라는
새로운 상권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대전 둔산동 인근 갈마동,
부산 서면 옆 전포동,
울산 삼산 옆 달동,
대구 동성로 옆 교동,
수원 인계동의 나혜석 거리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 대전의 대표적인 '약속 상권'에 해당하는 둔산동 상권 전경.
저출산에 뜨는 ‘감성 상권’
감성 상권은 주로 매장 규모가 작기 때문에
특색 있는 메뉴 구성이 가능하고,
한정된 인원을 받으니
손님 응대도 여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분위기를 좋게 연출하는 것이
용이한 점도 장점입니다.
보증금이나 인테리어 투자금이 적게 들어가,
설비나 소품 등에 더 많이 투자할 수 있습니다.
약속 상권에서 1억 원이면 큰 효과를 보기 어렵지만,
감성 상권에서는 1억 원으로 꽤 좋은 연출이 가능합니다.

감성 상권의 확장은 국내 외식업에 큰 변화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저는 그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봅니다. (계속)
